[靑 참모진 대폭 교체] 무능·인사 난맥 문책… 초단기 대수술
입력 2013-08-05 17:55 수정 2013-08-05 22:03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무·민정·미래전략·고용복지 수석비서관을 전격 경질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대대적 개편에 정치권 등에서는 허를 찔린 반응이 나왔다. 집권 162일 만에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는 무능과 인사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현 참모진으로는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대통령의 판단이 깔렸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은 2008년 6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시위를 계기로, 취임 117일 만에 비서실장과 수석 거의 전원을 교체한 것에 견줄 정도의 파격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새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두 달 이상 공석이었던 정무수석에는 박준우 전 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를 발탁했다. 또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법무연수원장, 미래전략수석은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을 내정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던 원로그룹 ‘7인회’ 멤버다. 교체된 허태열 비서실장에 이어 측근을 다시 임명하며 청와대 친정체제를 유지했다. ‘여의도 정치’와는 태생적으로 거리가 먼 정무수석 탄생은 또 다른 ‘박근혜식 정치실험’이다. 대야(對野)관계는 새누리당에 맡기고 청와대 정무팀에게 전혀 새로운 기능을 맡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발탁 배경보다는, 떠나는 참모들의 교체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 실장과 수석 4명이 전격적으로 바뀔 만큼 외부로 공개된 ‘잘못’이 없기 때문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약 5개월여 동안 새로운 국정철학에 맞게 정책기조와 계획을 세우면서 많은 일을 해온 대통령이 하반기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인선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5명 모두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교체됐다는 얘기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경우 검찰개혁 등과 관련해 부처 장악력이 도마 위에 올랐고 최순홍 미래전략수석과 최성재 고용복지수석은 박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 및 일자리 창출에 있어 기대 이하의 능력을 보였다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다. 허 실장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조정해야 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참모들은 특정인맥의 인사문제에 개입해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2기 청와대 참모진을 통해 보다 강력한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수석은 “장관 교체는 없다”고 밝혔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