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진 대폭 교체] ‘한번 쓰면 오래 믿고 쭉∼’ 박근혜 인사공식 깨졌다
입력 2013-08-06 04:59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5개월이 갓 지난 5일 청와대 인선을 전격 단행하면서 ‘한 번 믿고 쓰면 오래 맡긴다’던 기존 용인술에 변화를 예고했다. 향후 인사에서도 전격 경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개각설과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교체설이 돌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뜬소문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정부 출범 직후부터 호흡을 맞췄던 청와대 1기 참모진과 초대 장관들을 중심으로 업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인사할 때 세 번은 기회를 준다. 경고, 격려를 통한 재신임, 그 다음이 마지막(경질)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질책을 받은 직후였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경고를 받은 해당 인사들이 다시 신임을 받고 업무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 수석은 재신임을 받을 기회도 없이 물러났고, 박 대통령의 용인 공식은 깨진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의 변화에 전조는 있었다. 지난달 10일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인사 문제가 화두에 오르자 “(전문성·능력을 지닌) 그런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닐 수가 있다. 기회가 되면 적합한 자리로 변경을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 임명된 인사 중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가 있다고 시인했던 것이다.
관건은 향후 장관 인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전격 경질 카드를 꺼낼지 여부다. 아직은 정부 각 부처의 수장들에 대해서는 더 기회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오찬에서 역대 정권에서 장관들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지적에 대해 “일을 마치기도 전에 또 새로 임명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 하반기에 들어가면서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이고 장관들에게도 ‘마냥 믿고 맡기지만은 않겠다’는 서슬 퍼런 신호를 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특히 이미 1차 경고를 받은 박근혜정부 경제팀과 고용복지팀, 업무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창조경제 관련 부서(미래창조과학부·미래전략수석실) 등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지연되고 있는 공기업 인사에 대해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기업 인사에 대해 “순차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