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진 대폭 교체] 정무수석 박준우, 정치 무경험 외교관 출신 경색 정국 조율 잘 할까

입력 2013-08-05 17:50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전격 임명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단연 박준우(사진) 신임 정무수석이다. 여야 정치권에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정무수석에 외교관 출신이 발탁된 것은 처음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박 수석 임명 배경에 대해 “새로운 역할과 시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폭넓은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정치권, 여야간 조율 방식을 새롭게 정립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야가 극한의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정치권과의 갈등을 푸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박 수석은 외교부 기획관리실장 시절 예산관련 업무를 한 것이 사실상 대(對) 국회 경험의 전부다.

박 수석은 하지만 협상력과 조율 능력만큼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식민시대 사죄와 반성을 담은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할 때 외교부 동북아1과장으로 재임했다. 일본과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선언문에 ‘사죄’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이끌어냈다. 아·태국장 시절인 2004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 당시 중국 외교부 고위인사들과의 협상 자리에서 사기의 ‘태사공 자서’를 인용하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지부진하던 협상을 결국 원만히 해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 수석은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 시절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벨기에 등 유럽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박 수석은 여러 현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EU는 이후 자유무역협정(FTA) 및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때 인연으로 박 수석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유럽 관련 현안에 대해 자문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내에서는 박 수석 임명이 전혀 뜻밖이라면서도 업무를 잘 해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력이 대단히 좋고 배짱도 두둑한 분”이라며 “어떤 임무를 맡겨도 잘 해나갈 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판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해 무엇을 해도 잘 하실 분”이라고 했다.

박 수석은 대인관계 폭이 넓은 마당발로 통한다. 이명박정부에선 외교부 1차관 후보로,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엔 중국·일본 주재대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최근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직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72학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