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미자립교회에 음향기기 지원한 문형만 장로… “재정 열악해 대부분 20년 넘은 장비로 설교”
입력 2013-08-05 17:49 수정 2013-08-05 09:58
각종 청소년 집회와 미자립 교회에 15년 동안 음향장비를 지원하고 있는 선교단체가 있다. 악기와 음향장비의 국내 최대 판매처인 서울 낙원상가에 있는 ‘낙원선교센터’다. 낙원상가에 입점하고 있는 업체 사장과 직원들이 선교 회원이다. 이 센터는 음향업체인 대림음향의 이사 문형만(58) 장로가 만들었다. 지금도 간사로 섬기고 있다.
5일 대림음향 사무실을 찾았다. 120평 사무실은 대형 스피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운데는 유리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문 장로는 이 테이블이 회원들이 모여서 기도하는 ‘반석’이라고 설명했다.
문 장로가 선교센터를 만든 때는 1993년이었다. 그는 컴퓨터음악을 배우기 위해 낙원상가에 일자리를 구했다. 당시 문 장로는 나름대로 잘나가는 프리랜서였다. 상지영서대학, 강릉원주대학교에서 인기 강사로 통했고, MBC와 KBS에서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 겸 리포터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다. 이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이가 예수사관학교장 변충구 목사였다. 변 목사는 문 장로에게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 직업을 구하고, 그곳에서 하나님 일을 하라고 권면했다.
이것이 선교센터를 세운 계기였다. 문 장로는 상가 내 업체 사장 10명과 뜻을 모았다. 처음에는 오지의료선교회 등 선교단체를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이어 찬양지원 사업부를 만들고 선교를 위한 집회에 음향장비를 지원했다. 1년에 두 번씩 미자립교회에 음향시스템을 후원했다.
또 작은 교회의 음향시스템을 점검, 보수했다. “스피커 소리가 안 좋아 교체하겠다는 교회가 있었어요. 가봤더니 평소에 전원 스위치만 켰다, 껐다 했던 거였죠. 간단히 점검만으로 소리가 좋아지자 그 교회 목사님이 깜짝 놀라더군요.”
제주도의 일부 교회 장비는 무상으로 바꿔줬다. 2009년 제주도에서 열린 교단 음향세미나 때 충격을 받은 이후부터다. “지역교회 장비를 점검했는데 너무 놀랐어요. 대부분 20년 전 제품이었어요.”
지원 사업의 많은 부분은 대림음향이 담당했다. 그러자 이곳에 큰 복이 임했다고 문 장로는 설명했다. “장사가 너무 잘됐어요. 가끔씩 사장님이 제 주머니에 봉투를 찔러 줘요. 왜 그러냐고 하면 ‘가진 게 돈밖에 없어’라고 할 정도였어요.” 문 장로는 사장에게 인정받아 이사로 승진했다.
문 장로로 인해 복을 받자 불교신자인 대림음향 대표는 상가의 절반을 선교회 사무실로 내줬다. 이곳의 모임은 ‘절대’ 방해하지 않았다.
선교센터는 그간의 사역을 기반으로 미자립교회 돕기 새 프로젝트 개발에 나섰다. 기존 장비에 간단히 설치해 소리를 좋게 하는 음질 개선 기기를 무상 지원키로 했다.
문 장로는 목회자나 장로들도 음향 장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음향기기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때로는 수백, 수천만원의 교회 재정을 아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