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개편’ 양보 없는 밥그릇 싸움

입력 2013-08-05 17:37 수정 2013-08-05 22:27


카드업계의 해묵은 불씨인 카드사·가맹점·밴사(VAN·카드결제대행 업체)의 수수료 논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협회와 함께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수수료 관련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관련 주체들이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카드사와 밴사 간 수수료 체계 등 시장 구조개편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려던 중소자영업과 서민을 위한 카드 수수료 현실화 작업도 반쪽이 돼 버렸다.

5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KDI는 밴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보고서를 새로 준비 중이다. KDI는 당초 이달 말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완료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뤄진 공청회의 업계 반응이 물음표로 가득 차면서 보고서 완료 시점도 기약이 없어졌다.

카드업계는 오래전부터 밴 수수료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밴사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카드 승인·전표매입 수수료 등으로 너무 많은 돈을 챙긴다는 논리였다. 실제 밴사는 건당 과금 방식인 ‘정액제’로 돈을 받으며 지난해에만 약 869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카드 수수료를 내렸는데도 가맹점이 느끼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 “밴사 (수수료)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어 “밴 수수료 절감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며 “상반기 중 구체적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KDI는 높은 밴 수수료의 문제는 밴사와 가맹점·카드사 사이의 계약 구조에 있다고 보고 밴 수수료 계약 구조를 카드사와 밴사가 결정해 가맹점에 통보하는 기존 방식에서 밴사가 가맹점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밴사와 가맹점이 직접 계약을 하게 되면 대형 가맹점이 모든 수혜를 독차지하고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는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오히려 “대형가맹점이 밴사에 리베이트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제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도 불만을 쏟아내긴 마찬가지다. 직접 계약을 할 때도 내리지 못했는데 시장원리에 맡기면 내려가겠느냐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오히려 소형가맹점의 경우 밴사가 가맹점 계약을 끊겠다고 하면 수수료를 올려줘야 할 판”이라며 “시장원리가 긍정적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는 건 너무나 순진한 논리”라고 말했다.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밴사와 가맹점 간의 직접 계약방식 외에는 밴사에 IT관련 상시감독 및 정기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등 수수료 문제와 상관없는 잡다한 안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밴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나섰던 금융위는 팔짱만 끼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청회 때 나온 방안대로 하면 수수료가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 등 필요한 부분에서는 도와줄 수 있지만 밴사를 직접 규제할 수는 없어 일단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