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진 대폭 교체] 돌아온 ‘미스터 법질서’… 父女 대통령 代이은 보좌
입력 2013-08-06 04:58
5일 임명된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자문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로 활동해 온 최측근 인사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법과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과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도와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정·관계 경험이 많아 집권 초반 인사실패 등으로 느슨해진 국정 운영에 고삐를 죄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을 충실히 수행할 인물이라는 게 청와대나 여권의 설명이다. 김 실장이 공안검사 출신이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 등에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15∼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회 상임위원장 등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정치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왔다. 김 실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은 물론 2012년 대선에서도 박 대통령을 측면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박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도 이번 인사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평소 자신이 직접 겪어보면서 검증한 인물을 요직에 발탁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이번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실장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냈다. 지난 6월에는 재단법인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 말년에는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바 있어 대를 이어 ‘부녀(父女) 대통령’을 보필하게 됐다.
김 실장의 사위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 역시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을 가졌던 김 실장은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유명하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쉬고 있을 때도 양복을 차려입고 안방에서 식사를 하고 서재로 출근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격식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 실장은 공안검사로 1972년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유신헌법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74년에는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 적도 있다.
야당의 비판을 받는 전력도 있다. 92년 대선 당시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김 실장은 12월 11일 부산 초원복집에서 경찰청장, 안기부 지부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들과 만나 김영삼 당시 여당 후보의 선거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모임이 야당 정주영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에게 도청돼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가 남이가’는 이때 유행했던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는 2004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탄핵 소추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