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집단 자위권, 과거사 반성이 먼저다

입력 2013-08-05 18:17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평화헌법에 의해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설치한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는 집단적 자위권을 전면 허용하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 기구가 가을쯤 헌법 해석을 바꾸는 보고서를 내면 내각이 이를 정식으로 표명하고 연말쯤 나올 중장기 국방계획인 ‘신 방위대강’에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4일 NHK에 출연해 이런 방침을 시사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헌장 51조에 유엔 회원국의 고유권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81년 전쟁 포기와 교전권 및 군대보유 불인정을 명문화한 평화헌법 9조에 배치돼 집단적 자위권은 갖되 행사는 하지 못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베 정권이 기존의 헌법 해석을 바꾸려는 것은 2차대전 패전 이후 성립된 평화헌법 체제를 탈피하겠다는 의도다.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까지 사실상 장악한 여세를 몰아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넓혀감으로써 평화헌법의 핵심을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문화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재무장은 주변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불안요인이다. 과거 군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며 2차대전으로 연결된 독일 나치 정권의 군비확장을 연상시킨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헌법 개정은 국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아시아와 전 세계인의 문제다. 일본이 정상적 국가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잔혹한 전쟁을 일으켰던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신뢰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평화헌법 변경과 재무장을 추진한다면 국제 긴장을 조성하는 도발행위와 다름없다.

하지만 일본 우익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미화하기까지 하며,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공연히 부정하고 유력 인사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버젓이 참배하는 퇴행적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들도 군국주의 시대 명망가들과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연결돼 우려를 더한다.

일본이 세계사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틈만 나면 무장력 회복의 기회를 노리는 행태를 즉시 중단하고 헌법을 지키며 인류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옳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철저한 과거사 반성이 필수조건이다. 과거 청산이 미흡하면 국가 정상화로의 길에는 언제나 시기상조란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