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등치는 교복값 짬짜미 이대론 안 된다

입력 2013-08-05 18:14

교복값이 건전한 시장 기능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복 제작 업체끼리 담합하거나 업체와 학교가 유착해 교복값을 대폭 올리고 학부모에게 피해를 떠넘긴다. 교육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지만 파렴치한 행위는 근절되지 않는다.

교육부는 지난달 초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복 가격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교복값(동복 기준)이 25만원에서 19만원 정도로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 학교에서는 교복값이 크게 올랐다. 경기도 김포시 한 고교에서는 교복값이 조끼를 포함해 29만5000원에 이른다. 여분으로 셔츠나 블라우스를 한 벌 더 사면 33만3000원을 내야 한다. 한 중학교의 교복값도 교육부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국내 교복 시장 규모는 연 4000억원대에 달한다. 아이비 클럽, 에리트 베이직, 스마트F&D, 스쿨룩스 등 메이저 4사가 교복 시장의 75.4%를 차지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담합할 수 있는 독과점 구조를 형성한다. 교복 제작 업체들이 담합행위로 제재 받은 것도 한두 차례가 아니다. 김포시의 경우 메이저 4사가 신설 학교 4곳에 분산 입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체 담합뿐 아니라 업자와 학교의 짬짜미도 교복값 인상을 부채질한다. 교복 물려 입기 운동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확산되자 업자와 학교가 짜고 교복 디자인을 바꾼다. 객관적인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특정인에게 디자인 변경을 의뢰하고, 이 특정인이 특정업체에만 바뀐 디자인을 알려줘 교복 납품을 독점하게 한다. 불공정 단계를 거치면 교복값이 크게 오른다. 업자와 학교가 이익을 나눠 갖지 않고는 이런 먹이사슬 구조가 고착화될 리 없다.

학교에 학생을 ‘볼모’로 맡긴 학부모는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입도 벙긋하지 못한다. 교육당국과 공정위는 가격 왜곡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사복 착용까지 유도하겠다는 자세로 고질적인 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