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장기 기증, 고귀한 사랑나눔입니다

입력 2013-08-05 16:54


신장이식은 신장의 제공자가 있어야 하는 수술이기에 그 과정에서 보는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은 마치 소설 같은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살아생전 얼굴이나 보려고 먼 타국으로 시집간 지 30년 만에 귀국해 병문안을 왔다가 그 자리에서 언니에게 신장을 선선히 떼어 주고 떠난 동생.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몸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신장을 주기로 한 아들이 수술 전날 도망가고 정작 어머니는 아들이 혹시 타인에게 손가락질이라도 받을까봐 서둘러 퇴원하는 환자.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신장이식의 현장은 의학적 완성의 현장이라기보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사는 인생사의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요즘에는 자식 한둘의 소규모 가족이 많다 보니 신장 제공자의 수도 줄었지만 예전만큼의 가족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 삶이 중요한 사회, 그 가치에 밀려 큰형님이 막내동생 살리려고 온 가족이 모여 고민하던 예전 우리네 가족의 모습은 점차 보기 힘들어졌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지적보다 시대의 변화와 현대 가족의 모럴이 변한 것으로 본다. 결국 신장이식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뇌사자 이식의 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의료인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공감대와 더불어 오피니언 리더, 종교인, 매스미디어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많은 법 개정을 통해 뇌사자 장기 이식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우리들의 정서는 사후 장기 기증이 그리 편치 않은 모양이다.

말기 신부전 환자의 생존은 투석과 신장이식으로 연장되며 향상된다. 그들은 항상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주치의가 곁에 있어야 함은 자명하다. 요즘 서울 대형병원으로 쏠려가는 환자들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미 본원을 포함한 지방에서 성공을 거둔 수술과 치료를 굳이 서울서 받겠다고 새벽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기차역에서 서성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환자를 보고 따뜻한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김중경 김원묵기념봉생병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