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정-재계 소통역할 짊어진 ‘SNS 스타’

입력 2013-08-05 17:28 수정 2013-08-05 22:31


대한상의 회장 취임하는 박용만 두산 회장

경제5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21일 취임할 예정인 박용만(59·사진) 두산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의 신망이 두터운 데다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경제민주화를 둘러 싼 갈등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재계 총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젊은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난관도 적지 않다.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재계를 대표해 총대를 멜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5일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그의 롱런이 예상된다”면서 “다른 경제단체들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내심 점 찍고 있던 박 회장을 대한상의에 빼앗겼다며 허탈해 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 회장이 재계에서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박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에 재계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 오너 중 이례적으로 ‘SNS 스타’로 불릴 만큼 첨단 IT 제품에 익숙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맥이 통한다는 평가가 있다.

박 회장이 재계 순위 12위인 두산그룹의 오너라는 점도 장점이다. 재계 5위 이내 그룹 오너들이 경제단체장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두산그룹 정도의 규모가 경제단체 회장을 맡기에 최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두산이 골목상권 장악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에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재 중심이던 두산그룹을 중공업 기반의 첨단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그의 경영 능력도 높게 인정받는 부분이다.

박 회장이 대한상의 활동에 적극적인 점도 기대감을 심어준다. 부친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 형 박용성 전 회장에 이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데다 그 자신도 2009년부터 서울상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정부 경제팀이 ‘경제민주화 논의 일단락’ 방침을 천명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9월 정기국회 국면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템포 쉬고 있는 경제 사정(司正)이 또다시 휘몰아 칠 경우 재계를 대표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치권과 싸우면 정부와 여·야에 적을 양산할 수 있고, 정치권에 온순하게 대응하면 재계로부터 비판을 받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위험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과의 유기적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 재계의 시선이 박 회장에게 집중된다면 불필요한 견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들은 박 회장에게 경제단체장으로서의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가 이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차세대를 이끄는 재계 지도자로 발돋움할 수 있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기존의 좋은 이미지까지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