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죽음의 방식
입력 2013-08-05 17:36
사람들은 어떻게 죽는가?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살아온 방식대로 죽는다.” 지금 우리는 많은 죽음을 보고 있다. 한강다리에서 투신해 죽는 사람도 있고, 병원에서 온갖 생명연장기구를 몸에 단 채 결국 죽는 사람도 있다. 죽음에도 방식이 있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층 예배당에서는 한국제자훈련원 원장 송신호 목사의 천국환송예배가 드려졌다. 조문객들이 몰려 많은 사람들이 서서 예배를 드렸다. 송 목사는 최근 2년 동안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지난달 31일 이 땅을 떠났다. 향년 73세.
고인은 제자훈련 사역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1976년 경기도 양평에 한국제자훈련원을 세워 37년을 한결같이 사람들을 제자로 삼는 사역을 펼쳤다. 그동안 453기가 지속된 2박3일간의 제자훈련과정에는 5만여명이 수료했다. 그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로 시작되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평생 붙들었다. 제자가 되기 위해선 ‘나는 죽고, 예수만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명처럼 그는 새벽 ‘2시20분’에 이 땅을 떠났다. 그는 말이 아니라 실제 제자의 삶을 살았다. 평생 죽는 연습을 했다. 매일 그리스도 안에서 ‘작은 죽음’을 경험하려 했다. 목회자들에게는 “설교자가 되지 말고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에 걸려 자기 손으로 물도 마시지 못하면서도 그는 변함없이 말씀을 붙들고 전했다. 곁에서 그를 지켜본 홍수나 전도사는 말한다. “그분은 ‘평생 복음을 전한 나에게 루게릭이란 병을 주신 하나님을 원망한 적 없다. 지금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할 것뿐이니 나를 위해 울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앞에선 못 울고, 숙소에 올라가 울다가 내려오곤 했습니다.” 임종 전날 목사인 큰아들과 사역자들에게도 “여기 있지 말고 빨리 가서 맡은 메시지를 전하라”고 말했다.
고인은 천국의 확신 속에 살았다. 임종 직전 손주에게 한 말은 “굿 나이트(good night)”. ‘굿 바이(good bye)’가 아니었다. 조사를 한 서한알 목사는 “그분은 마지막까지 감사했으며 ‘송 목사 제자 되지 말고, 주님 제자 되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울먹이며 말했다. “송 목사님, 축하합니다. 합격하셔서….”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인의 형인 송천호 목사는 “동생의 마지막은 살아 있는 순교자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했으며 장례예배 설교를 한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주님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일생”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송 목사는 평소 “이 세상에서 누리는 것은 모두 주님 것으로 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사역 연장 없는 목숨 연장은 의미 없다”면서 무의미한 생명연장 장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루게릭병 연구를 위해 연대에 기증됐다. 그는 살아온 대로 죽었다.
환히 웃는 송 목사의 영정을 뒤로하고 제자들이 눈물로 “가서 제자 삼으라”를 불렀다. 그것은 마음 깊은 다짐이었다. 송 목사는 죽음의 순간까지 제자들을 훈련시켰다. ‘빙점’을 쓴 일본의 소설가 고 미우라 아야코는 말했다. “죽음은 내게 주어진 최후의 사명”이라고.
죽음에도 방식이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운명처럼 죽음이 다가왔을 때 어떤 말을 남길 것인가. 진심으로, 전심으로 이 땅을 살았던 고 송신호 목사는 죽어서도 살아온 그대로 말한다. “어서 가서 제자 삼으라”고.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