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경기회복세 지연… 한국, 아시아 수출 크게 줄었다
입력 2013-08-04 19:14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회복세 지연은 하반기 한국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신흥국이 포함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한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25.7%)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은 작년 9월(-0.9%) 이후 처음이다.
대아세안 수출은 2009년 -16.8%로 주춤했지만 2010년 29.8%, 2011년 35.0%, 2012년 10.2%로 급증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 들어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6월 0%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7월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수출 부진은 이들 국가의 경제 여건과 관련이 깊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구체화되자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경기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일부 국가는 통화, 채권가격, 주식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지속으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불안으로 그렇잖아도 침체국면에 빠진 우리 증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과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6월 증권투자 순유출액은 141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된 데다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내국인 자금까지 해외로 빠져나간 영향이다. 물론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7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입으로 바뀌는 등 아직 걱정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게 금융업계의 진단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회복되기 힘든 만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