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 야기해놓고… 美증시 나홀로 독주

입력 2013-08-04 19:14

세계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나홀로 증시 독주를 벌이고 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주가를 대표하는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미국 지수에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가를 나타내는 ‘MSCI 미국 외 전 세계 지수’를 뺀 격차는 지난 2일 현재 1373으로 1987년 집계 이래 최대로 벌어졌다. 올해 들어서 미국 지수는 20.0% 상승했지만 미국 외 전 세계 지수는 4.3% 오르는 데 그쳤다.

주가가 보여주는 경제체력도 미국과 그 외 다른 나라들은 판이하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2.5%에서 2011년 1.8%로 내려갔다가 지난해 2.8%로 크게 올랐다. 반면 유로존(유로화를 단일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2.0%에서 2011년 1.4%, 지난해에는 -0.6%로 수직 하락했으며 중국도 2010년 10.4%에서 2011년 9.3%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7.8%)에는 8% 선이 깨졌다.

역설적인 것은 세계경제 침체를 야기한 장본인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데 이어 꼭 2년 전인 2011년 8월 5일에는 70년 만에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경기를 강타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941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던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후 2년간 유럽과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은 미국발 악재로 인해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난국을 돌파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매달 85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를 진행 중이며 이를 단기간 내에 축소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미국 증시 독주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발행국인 만큼 양적완화에 대한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덜하다”며 “양적완화 축소 같은 출구전략 도 일정 성장궤도에 오른 미국보다 유럽 및 신흥국에 타격이 더 크다는 점에서 미국과 타국의 증시 격차는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