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한 국가·기업 금고 vs 팍팍한 국민 삶 ‘고착화’
입력 2013-08-04 19:14 수정 2013-08-04 23:06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팍팍한 일반 국민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부자가 되고 있지만 국민은 가난한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4일 ‘가계소득 부진의 원인과 정책 과제’란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민총소득(GNI)의 62.3%를 차지하는 가계소득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소득은 1980년대에 연평균 16.9% 성장했지만 이후 1990년대 13.0%, 2000년대에는 5.9%로 크게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펴낸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이런 추세는 뚜렷하다. 보고서를 보면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가계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8.5%로 GNI 증가율 9.3%를 밑돌았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가파르게 추락한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자체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70년대에는 연평균 10.3%에 달했지만 90년대(6.7%), 2000년대(4.4%)에 뚝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인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3.7%, 2.0%로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된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돈을 버는 만큼 가계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국면이 단절됐다는 것이다.
한은 조사결과 가계와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각각 1991∼1995년 16.0%, 17.1%, 96∼2000년 7.4%, 7.9%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2001년∼2011년에는 가계소득증가율이 평균 5.8%로 기업(10.5%)의 절반 정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기업과 가계의 소득괴리에 대해 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고용이 많지 않은 수출·제조업에 의해 성장이 주도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김영태 경제통계국 팀장은 “가계소득 증가세의 상대적 둔화는 임금증가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도 가계소득 증가율의 발목을 잡는다. 2000년 이후 임금 근로자의 임금·급여는 연평균 7.6% 늘어났지만 자영업자 소득은 연평균 1.7%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가 가계소비를 위축시키고 국내 성장잠재력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 연구위원은 “내수·서비스업의 동반 성장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늘려야 한다”며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전통서비스업의 대형화·전문화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