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듣는 ‘슈퍼박테리아’ 국내 13개 병원 63명 감염 확인
입력 2013-08-04 18:39 수정 2013-08-05 00:38
기존 항생제가 안 듣는 새 유형의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 병원에서 60여명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첫 환자가 인도에서 감염돼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서둘러 환자 격리와 전파 차단 조치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월부터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항생제 내성균 현장점검 결과 지난 1일까지 13개 병원의 63명 환자에게서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이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CPE는 장내 세균류 가운데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주를 통칭하는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의 한 유형이다.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증상을 일으킨다.
CPE는 CRE 중에서도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는 것들로, 다른 균주에까지 내성 전달 능력이 있어 위험성이 높다. CPE는 분해 효소 이름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CPE는 ‘OXA-232’ 타입이었다. 이 종류는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근 인도에서 감염된 뒤 프랑스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유일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내 감염자도 인도에서 작업 중 부상을 당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3일 뒤 국내로 이송된 경우였다”면서 “이 환자가 국내에서 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감염자가 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은 CRE 같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시체계를 현행 ‘표본 감시’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전수 감시’ 방식으로 바꾸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