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의 출구전략… 野 ‘국정원 개혁특위’ 요구 수용 검토

입력 2013-08-04 18:35 수정 2013-08-04 22:43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불법정치개입 의혹을 받아온 국가정보원 개혁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정상화를 위해 원내 지도부 회동을 가졌으나 핵심쟁점인 증인 채택 합의에 실패했다. 다만 국정원의 기관보고는 예정대로 5일 진행키로 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지난달 말 제안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회담 핵심 의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 특위를 만들자’고 하는데 황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상규 대표비서실장도 “황 대표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큰 이견이 없다”고 했다. 특위 설치는 야당인 민주당이 요구해 왔던 사안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자체 개혁을 주문한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황 대표는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참석차 폴란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단의 지속적인 교섭과 모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는 증인 채택 문제로 공전 중인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를 정상화하고, 9개월 넘게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회 특위에서 국정원 개혁을 본격 논의하는 방안에 대해 여권 강경파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황 대표가 대야(對野) 협상 전략을 제대로 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는 출국 직전 이 문제로 김한길 대표와 최종 합의 직전까지 갔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갑자기 회동이 무산됐고, 청와대가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황 대표는 “지난번엔 중요한 현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김 대표에게) ‘다녀와서 매듭을 짓자’고 했었다”며 여야 대표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배치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 내부 개혁 원칙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개혁하면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청와대의 ‘셀프 개혁’ 방침에 대한 여당 내 반대 기류를 전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특위 간사가 참석하는 ‘3+3’ 회동을 가졌으나 국정원 국정조사 쟁점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양당은 협상시한을 하루 연장해 5일 증인채택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동행명령장 사전 발부는 위법이고, 김 의원과 권 대사는 이번 국정조사와 관련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근 김동우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