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장외투쟁 딜레마…참가하자니 ‘대선불복’ 하는 꼴, 안 하자니 ‘무책임’ 비판 직면

입력 2013-08-04 18:35 수정 2013-08-04 22:44

민주당 장외투쟁 나흘째인 4일에도 문재인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 의원 측은 “대선 후보였던 당사자가 나서면 ‘대선불복’으로 비칠 수 있어 고심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의 중심에 서 있던 분인데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도 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여당의 ‘대선불복’ 프레임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어 아무래도 부담이 있다”며 “당에서도 ‘나오라’는 의견보다는 ‘나오지 말라’는 쪽이 더 많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초점을 맞춰 고생하는 분들의 선의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까봐 고민이 깊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며 비공개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문 의원이 아예 불참을 선언하거나, 장외로 나오더라도 좀 더 시간을 끈 뒤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당내에서도 문 의원 참석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핵심 당직자는 “예상보다 장외투쟁 열기가 뜨겁고 상황이 좋은데 문 의원이 나오면 그 덕이 다 쏠리게 된다. 더욱이 ‘대선불복’ 방향으로 힘이 실릴 수도 있어 불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의원 부재로 투쟁 동력이 극대화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며 정계은퇴까지 불사했던 태도와 상반되는데다, 최근 지도부와의 갈등설까지 나돌아 불참이 길어지면 당이나 문 의원 모두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진 의원은 “당이 수세에 몰린 것도 문 의원 책임이 없지 않다. 향후 당내 입지 등을 생각해서라도 함께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도부 중 유일하게 장외투쟁에 참석하지 않았던 조경태 최고위원이 3일 뒤늦게 천막당사를 찾았다. 그는 그동안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무현계 및 당내 강경파 행태를 비판하며 ‘단독행동’을 해왔다. 한 당직자는 “반갑게 맞아줬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지도부 일원인데 혼자만 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