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천막 철수 위해선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해야”… 김한길, 단독회담 거듭 촉구
입력 2013-08-04 18:32 수정 2013-08-04 22:41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4일 “국민 함성에 대해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면서 박 대통령에게 전날 자신이 제안한 단독 회담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김 대표는 특히 서울광장 천막을 철수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들과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본부장단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만이 현 정국을 풀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그는 전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사전 조율도 의전도 필요 없다. 현 사태를 풀기 위해 언제든 어디서든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장외투쟁 와중에 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제안한 가장 큰 이유는 장외투쟁의 명분을 한층 격상시키기 위한 포석 때문으로 보인다. 장외로 나간 이유가 비단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이뤄졌고 이는 선거에서 승리한 박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차원인 것이다. 이를 통해 ‘정권과 제1야당 간의 대치’라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중이 있어 보이고, 이는 10월 재·보궐선거나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여권 의사결정의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도 고려됐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국정원 개혁을 얻어내는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은 결국 박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김 대표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 시 ‘의외의 해빙’이 있을 수 있다고도 기대하고 있다. 두 사람 간 옛 인연 때문이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2005년 12월에 사학법 갈등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장외투쟁에 나섰을 때 김 대표가 이듬해 1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됐다”면서 “이후 김 원내대표가 협상에 적극 나서 박 대표가 국회 복귀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동이 성사되면 박 대통령에게 남 원장의 해임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막을 철수하기 위해선 성역 없는 진상규명, 예외 없는 책임자 처벌, 국회에 의한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의 사과 등 4가지 조건이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측은 “박 대통령의 사과 방식은 결국 남 원장을 해임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