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현안 불개입 고수하는 청와대

입력 2013-08-04 18:32

[뉴스분석] ‘朴 대통령과 회담’ 김한길 제의에 대답 보류

박근혜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가 공개 제안한 단독회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박 대통령과의 회담 제안에 대해 이틀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교섭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히는 게 순서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대(對) 야당으로 논의를 해서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요구에 대한 대답은 일단 보류한 셈이다.

여당은 아예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단독으로 만날 가능성을 일축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가 회담 제안을 거부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회담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회담이 성사될 경우)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원내 현안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말에 위배된다”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김 대표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실시의 결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을 때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현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회담 제안을 받을 경우 말을 바꾸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향후 정치권에서 불거질 어떠한 갈등에 대해서도 불개입 원칙을 고수할 명분을 잃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공세와 함께 만남을 제안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장외투쟁 중에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회담을 제안한 배경에는 대선불복 심리를 확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여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정국 파행이 장기화되고 사회 분열의 골이 깊어지면 박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올 하반기 국정운영을 본격화하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민생입법을 챙기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야 교섭이 최종 결렬될 경우를 가정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가지도자 연석회의가 처음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 민생 문제를 포함해 국가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한꺼번에 하는 형식이라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 등 회의 주체들이 수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