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몰고가는 민주… ‘혼미 정국’도 몰고가나

입력 2013-08-04 18:32 수정 2013-08-04 22:39


민주당이 장외투쟁에서 결국 ‘촛불’과 합류했다. 민주당은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와 함께 국민보고대회를 연 데 이어 4일에는 서울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여론전에 몰두했다. 촛불집회 측과의 연대는 당분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민주당 촛불 들다=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12명은 전날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당 주최 ‘민주주의 회복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했다. 마이크를 잡은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국정원 개혁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추산 1만5000여명(경찰 추산 3000여명)이 모였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 5차 ‘국민 촛불대회’에도 김 대표 등 대부분 의원이 참여해 촛불을 들었다. 촛불집회에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도 같이했다.

‘촛불’과의 결합 여부는 장외투쟁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져 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수만명이 운집하는 촛불집회와 결합하면 여론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집회 일부 참가자들이 대선 불복성 발언을 하는 게 부담이었다.

이런 고민 때문에 민주당은 집회에서 최대한 조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보고대회에서 대형 태극기를 무대 위에서 펼쳐들었고 손팻말에는 ‘국정원 개혁’ 등의 메시지만 담았다. 그러나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OUT’ 등의 손팻말이 등장했고 일부 시민들은 “박근혜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민주당은 대통령 입장 표명과 국정원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라는 것이지 (과격한 주장을 하는) 개인 의견과 결합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10일에는 촛불집회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길게 보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5일 국정원 기관보고가 있더라도 국정조사 특위위원만 참석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장외투쟁을 이어나간다”고 말했다.

◇‘역전 토크’=민주당 지도부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말한다’는 주제로 시민 간담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연이은 국기문란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를 시작했지만 여당과 청와대는 가리고 덮고 숨기려고만 하면서 사실상 국정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국민들과 협력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정원을 개혁해야겠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질문에는 지지와 질타가 섞여 있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대선 불복이 아니냐”는 물음에 “지도부와 의원들은 단 한번도 불복한다는 얘기를 한 적 없다”며 “다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헌정 파괴, 비정상적인 권력행위에는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민생 외면 아니냐”는 추궁을 받고 “6월 임시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법을 전혀 통과시키려 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의 노력으로 6개법을 통과시켰다”며 “민주당이 민생을 손놓고 있다는 것은 국정조사를 희석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작전”이라고 답했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