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작위만 받아도 재산환수… 헌재 “친일재산귀속특별법 합헌”
입력 2013-08-04 18:22 수정 2013-08-04 22:56
일제시대 귀족작위를 받은 사람의 재산을 환수토록 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선대의 재산을 돌려받으려는 친일 후손들의 시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헌재는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조선왕족 이해승씨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 힐튼 호텔 회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회장은 “할아버지는 단순히 왕족이었기 때문에 작위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전원일치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해승씨는 사도세자의 후손으로 고종과 인척 관계였던 조선 왕족이었다. 이씨는 21세이던 1910년 일본 정부로부터 후작 작위와 은사공채 16만2000원(현재가치 20억원 이상)을 받았다. 친일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2009년 5월 이씨의 손자인 이 회장이 보유한 임야 180만㎡(당시 322억원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고, 정부는 같은 해 7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회장은 소송을 내 귀속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승소 판결까지 받아냈다.
이어 이 회장은 2010년 5월 국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작위를 한일합병의 공로로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에 시민단체들이 반발했고, 국회는 2011년 5월 친일재산귀속법을 개정해 ‘일제로부터 작위만 받았어도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킨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씨는 2012년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아 귀족이 된 것은 그 자체로 친일세력 확대와 강점 체제 강화에 협력한 것”이라며 “다른 친일파의 행위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