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테러 징후”… 美 17개국 대사관 경계령
입력 2013-08-04 18:23
라마단(이슬람 금욕기간) 종료(7일)를 앞두고 테러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서방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가 조만간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테러를 감행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은 해당 지역의 자국 대사관을 잇달아 폐쇄했다.
미국 정부는 예멘에 거점을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의 공격 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CNN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알카에다가 예멘을 비롯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머지않아 테러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카에다의 공격 준비 동향은 라마단이 끝나가는 최근 며칠간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대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물론 다수의 서방 국가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멘 주재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위협은 어느 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백악관은 테러 위협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번 첩보는 미국 정보 당국이 알카에다 고위 요원들의 전자통신 내용을 감청하면서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이날 예멘과 이집트 이라크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요르단 등 17개국 21개 대사관과 영사관을 폐쇄하고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주요 표적으로 예상되는 예멘의 대사관 반경 500m 이내에는 탱크 12대를 배치했다. 자국민이 해당 국가로 가지 않도록 해외여행 경계령도 내렸다.
미 국무부는 “지금부터 8월 말 사이 테러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라비아 반도에서도 테러 가능성이 있고 대중교통 수단과 관광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보안을 이유로 예멘의 자국 대사관을 4∼5일 폐쇄키로 했다. 캐나다는 방글라데시 다카의 재외공관 운영을 중단시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프랑스 국내외 시설에 대해 알카에다의 위협과 관련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태국에도 알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교통시설 보안 강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태국은 남부에서 이슬람 분리독립주의자들의 테러가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알카에다 명의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3일 이라크 파키스탄 등 9개국에서 테러리스트 등 범죄자 수백명이 지난달 탈옥한 것과 관련해 국제 안보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한편 이집트 출신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성전주의자(콥트 기독교도), 세속주의자, 친미 군부 등이 무르시 정권의 전복을 꾀했다”며 반미 정서를 자극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