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기부총리’ 수산시장서 ‘구두쇠’ 오인 사연은?

입력 2013-08-05 01:48


토요일이었던 3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총리실 직원 30여명과 함께 충남 태안을 찾았다. 유류 오염으로 얼룩졌던 태안 해변이 청정해역으로 돌아왔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리포해수욕장을 걸으며 해안을 둘러본 정 총리는 인근 모항항 수산시장에도 들렀다.

20여개의 가게가 늘어선 수산시장에서 정 총리는 상인들과 인사하고 상품도 구입했다. 한 상자에 3만5000원 하는 멸치 3상자를 사면서 정 총리는 15만원을 건넸고, 또 다른 가게에서도 ㎏당 3만5000원짜리 우럭포를 5개 구입하며 2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건어물을 웃돈까지 건네며 산 것과는 달리 생물을 파는 가게에서는 ‘구두쇠’가 됐다. 해녀가 직접 따온 전복 등을 살피며 관심을 표했지만 “(점심식사 장소로) 횟집을 예약해둬서 이거 갖고 가면 욕먹는다”며 구입하지 않았다. 활어 가게에서는 광어 꼬리를 잡고 사진을 찍은 뒤 “이 물고기 못살게 한(꼬리 잡고 사진 찍은) 값을 줘야 하는데, 횟집에 가져갈 수가 없어요.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평소 생활의 단면이 드러났다는 평이 나온다. 총리로서의 업무 첫날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내놓는 등 여러 차례 기부를 통해 ‘돈 내놓는 총리’로 각인됐지만 관행에 얽매여 돈을 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과거 몇몇 총리는 지역방문 때마다 특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거나 선물용으로 사용했는데 정 총리는 꼭 필요한 양만 사비로 구입한다”며 “심지어 일부 방문대상 기관 직원들은 정 총리가 방문 후 (과거 관례였던) 금일봉을 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