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보호주의] 거부권 행사 명분된 ‘프랜드’ 원칙이란

입력 2013-08-04 18:0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는 표준특허의 ‘프랜드(FRAND)’ 원칙이 명분으로 작용했다.

애플이 침해했다고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판정한 삼성전자의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특허가 바로 표준특허다. 표준특허는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특허로, 프랜드 원칙에 따르는 누구나 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

프랜드 원칙이란 표준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Reasonable·Non-Discriminatory)’ 방식으로 사용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를 반대할 때 전면에 내세웠던 논리도 표준특허는 프랜드 원칙에 따라 누구나 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침해했다고 수입 금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미 법무부와 특허청이 표준특허와 관련해 설정한 공동 정책은 표준특허와 관련해 판매금지나 수입금지 등 배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명확히 하고 있다. 특허 이용자가 프랜드 라이선스를 채택할 수 없거나 거부할 때, 특허 이용자가 특허권자의 라이선스 부여 범위 밖에서 활동할 때, 특허 이용자가 법원 관할권 대상이 아닐 때 등이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한·미 관계 등을 고려하면 미 행정부가 삼성·애플 특허 분쟁에서 유일한 삼성전자의 승리 사례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미 무역대표부(USTR)의 검토 보고서는 특정 업체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표준설정 체계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평가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6월 4일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 준 이유는 프랜드 원칙보다는 특허 침해 여부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ITC의 입장인 반면, 프랜드 원칙에 따라 누구나 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USTR의 주장인 셈이다.

미 무역대표부도 국제무역위원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특허 보유권자는 법원에서 자신의 권리를 계속 주장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