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삼성 “일감나누기, 속도보다 방향”
입력 2013-08-04 17:59 수정 2013-08-04 23:09
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주요 그룹들이 계열사에 몰아주던 내부 일감을 외부 기업과 나누겠다며 앞 다퉈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삼성그룹만 조용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눈에 띄게 강화되자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시스템 통합(SI)·광고·건설·물류 분야의 내부거래를 축소하고 해당 일감을 중소기업을 포함한 외부 기업에 개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차는 연간 5000억원, LG는 40000억원의 일감을 각각 나누기로 했다. 롯데도 계열사 일감 일부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키로 했다.
그러나 삼성은 겉으로는 조용히 보일 수 있겠지만 일감 나눠주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이 일감 나눠주기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내부 거래 비중이 특별히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감 몰아주기의 단골 사례로 지적돼 온 광고회사만 해도 제일기획에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4일 “삼성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관련해 이미 거액 출연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일감 나눠주기 문제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5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는 데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5년 동안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삼성은 일감 나눠주기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1년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고 ‘재벌 빵집’ 논란이 일 때도 신라호텔이 제일 먼저 베이커리 사업을 접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8개 계열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또 광고·건설·물류·SI 부문은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서둘러 추가 계획을 발표하는 것보다 실효성 있는 일감 나눠주기 방안을 내놓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