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경화 행보 가속도… 각료·정치인 “8월 15일 야스쿠니 참배”
입력 2013-08-04 17:49
20년 전인 1993년 8월 4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당시 고노 장관은 “일본은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하겠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새롭게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장관의 담화는 이후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로 이어졌다. 독일과 같이 철저한 전후청산을 거치지 않은 일본은 고노와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일정 부분 불신을 씻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당시 고노 담화 발표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부장관은 3일 “고노 담화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한국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매듭짓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도 고노 담화로 문제를 일단락짓는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진지한 과거사 반성은 20년이 지난 요즘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고노 담화를 자학사관(自虐史觀)으로 규정했다. 지난달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의 자민당 공약집에는 여전히 위안부 제도에 대한 반론논거를 제공할 연구기관 설립이 명시돼 있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내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소녀상 설치는 고노 담화가 근거를 제공했다”며 담화 수정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담당상과 다카이치 사네에 자민당 정조회장은 15일 전범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아베 총리나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경우 동아시아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우경화는 결국 일본에도 해가 될 뿐이다. 고노 담화를 수정할 경우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고노 전 장관의 경고를 잘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