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 빗장걸기… 오바마, 애플 폰 수입금지에 거부권

입력 2013-08-04 17:49 수정 2013-08-04 22:3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자유무역 정책을 내세웠던 오바마 정부가 자국 기업 감싸기 논란을 감수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보호주의 정책을 펼친다는 비난이 불가피해 보인다.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현지시간)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관련 당국 및 당사자들과의 심도 있는 협의를 거친 결과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USTR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애플은 아이폰4 등 구형 모델을 미국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

USTR은 거부권 행사의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프로먼 대표는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에 대한 검토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ITC의 권고를 뒤집은 것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삼성전자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분쟁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USTR은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 특허가 표준특허이기 때문에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방식으로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보다 자국 기업인 애플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을 내린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결정으로 자국이 유리할 때는 자유무역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정작 미국 기업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보호무역 카드를 꺼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중산층 일자리 만들기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ITC가 9일 애플이 제기한 삼성전자 특허 침해 사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어 이번 거부권 행사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