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한국도 이제 히든챔피언 키우자”

입력 2013-08-04 17:49 수정 2013-08-04 22:30

한국과 독일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고 고속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경제 구조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대기업 줄도산으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무너지고 외환위기까지 겪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대기업 집중도가 높다. 반면 독일은 히든챔피언으로 대표되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이 지방 곳곳에 포진, 일자리 등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중소기업 기반은 독일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국내에서도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강소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기업들이 기술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학장은 4일 “많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인턴으로 직접 일하다 보면 오해도 불식될 수 있다”며 “방학을 이용한 중소기업 인턴 제도를 정부와 기업이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하게 얘기하자면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한 지방대학의 경우 순수 인문과학 부문을 줄이고, 취업 중심 대학으로 변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독일 만하임대학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 미하엘 보이보데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주민이 중심이 된 기업들이 급속한 성장을 이끌어낸 사례가 많다”며 “한국에서도 역동적인 창업활동을 할 인재가 없다면 해외에서 데려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에 대한 대학 등록금 대출 이자 감면, 연구개발 기술인력에 대한 세제 혜택,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적인 소득공제 등 중소기업 종업원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한계기업을 돕는 기존 방식보다 정상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혁신 주도형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경우 매출액 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그러나 2%대에 그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처럼 히든챔피언이 나올 수 있는 여러 개의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필요하다.

보이보데 교수는 “산업체가 주문하는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라운호퍼(Fraunhofer)’처럼 독일의 유망한 히든챔피언이 배출되는 지역은 좋은 대학이나 연구소가 공존공생할 수 있는 산학협력 클러스터로 구축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뮌헨=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