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플 감싸는 美 보호무역주의 볼썽사납다
입력 2013-08-04 17:56
대비책 마련하고 특허기술개발에 적극 힘써야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결정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로밖에 볼 수 없다. 특허 침해가 인정된 제품의 수입을 허용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음은 물론 ITC의 권위를 미국 스스로 깎아내린 어리석은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검토했다는 등의 변명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판단이란 사실이 차츰 드러날 것이다.
세계 무역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자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할 때는 관세장벽을 높이 쌓아 다른 나라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는 이른바 유치(幼稚)산업보호론이 먹힐 때도 있다. 그러나 초우량 기업인 애플을 미 정부가 보호해 준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결국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특허를 침해한 기업을 보호한 미국은 세계 경제대국으로서의 체면도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번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미 정계와 재계가 백악관을 상대로 노골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속내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소리(小利)를 위해 대의(大義)를 헌신짝 버리듯이 내팽개친 대국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보인다. 조금이라도 자국에 이익이 될 것 같으면 자유무역협정(FTA)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은 보호 장벽 뒤에 숨는 비겁한 행동이다.
우리 정부와 해당기업도 다급하게 됐다. 향후 계속될 미국의 횡포를 막을 지혜를 빨리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4건의 특허침해 최종판단이 예정된 9일의 ITC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을 받은 만큼 삼성에 불리할 것이 예상되지만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
특허분쟁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의 반도체 메모리 기술처럼 경쟁회사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디자인이 바뀌는 지금 촘촘한 특허망을 피해 혼자 힘만으로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사이 특허공유가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 탄생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식재산이 기업과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분발하기 바란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국가들로부터 거센 협공을 받고 있다. 중국은 매출 17조원 이상인 전자 대기업을 2015년까지 8개로 늘리고, 자동차와 조선 기업도 대형화해 우리와 일전을 불사할 각오다. 미국과 일본도 우리를 타깃으로 업체 간 기술협력을 강화한 지 오래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도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번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정부와 대기업은 정신을 다시 가다듬어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을 힘을 키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