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의 여행] 소어 핸슨 ‘깃털’

입력 2013-08-04 17:20


중국 동북지역에 위치한 랴오닝 성은 중공업 지대와 시골 마을이 혼재된 지역이다. 옛 만주족의 거점이었던 이 지역은 그러나 백악기가 시작될 무렵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화산은 용암을 뿜었고 엄청난 열과 가스를 동반한 화산재는 동물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1996년, 장차 중국과학원 고생물학 연구원이 될 캉지는 랴오닝 성 시헤툰 마을의 한 농부에게서 이상하게 생긴 화석을 750달러에 사들였다. 백악기 이시안 지층에서 발견된 공룡 시노사우롭테릭스 프리마의 화석이었다. 그는 꼬리 가장자리에 나 있는 짙은 색의 실가지들이 깃털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 화석의 사진이 그해 뉴욕에서 열린 척추동물 고생물학회 모임에 공개되었을 때, 공룡에서 새가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던 학자들은 그것이 바로 새의 조상을 밝혀줄 ‘원시 깃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화석은 논쟁을 거쳐 ‘깃털 달린 최초의 이시안 표본’으로 명명되었고 랴오닝 성은 일약 깃털 공룡의 본산지로 떠올랐다. 시조새 화석 발견 이후 최대의 고생물학적 발견이었다.

현재 지구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은 4천억 마리로 추정되지만, 인간이 새의 깃털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과학의 차원을 넘어 미술 민속 문화 상업 종교 그리고 일상생활에까지 스며 있다. 중세 때 필기도구였던 깃털 펜에서부터 인디언 추장의 머리 장식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종교적으로도 숭고한 천사상의 이미지는 깃털로 된 멋진 날개를 달고 있지 않은가. 20세기 초 깃털은 다이아몬드만큼 값비쌌고 교회는 깃털로 십일조를 거둬들이기도 했다.

‘깃털’(에이도스 출간)의 저자인 미국의 보존생물학자 소어 핸슨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외피 가운데 깃털만큼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현대 인류의 테크놀로지로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깃털의 공기역학, 그 어떤 섬유로도 대신할 수 없는 보온 기능은 물론이거니와 구애의 도구로도 쓰인 깃털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걸작이다. 자연과학 부분의 빼어난 책에 수여하는 ‘존 버로스 메달’(2013) 수상작. 하윤숙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