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하나님께 기회를 드리자
입력 2013-08-04 16:50
프란시스 쉐퍼(F.A.Schaeffer) 박사에 의해 설립된 스위스의 ‘라브리(L’abri)’공동체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품는 안식처로 유명하다. 이곳을 찾은 사람 중 베키라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는 여성이었다. 베키는 어린 시절 가족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열여섯 살 때 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았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손을 댄 마약에 그만 중독이 되어버렸고, 하루도 술과 마약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여인이었다.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으며, 이곳 라브리에서도 술과 마약을 놓지 못했다.
어느 날 환각 상태에서 치명적인 약을 먹고 자살 시도를 하다가 급히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강의를 하고 막 돌아온 쉐퍼 박사가 이 소식을 듣고는 지친 몸을 이끌고 그녀의 병실을 찾았다고 한다. 쉐퍼 박사는 밤새도록 병실을 지키며 베키의 고통스러운 인생의 하소연을 전부 다 들어주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쉐퍼 박사에게 베키는 말했다. “박사님, 전 소망이 없어요. 소망은 제게서 완전히 떠나 버렸어요.” 베키는 자신의 인생을 한마디로 ‘쓰레기’로 단정하며 스스로 결론짓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내린 결론인 동시에 자기 인생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쉐퍼 박사는 그녀에게 간절한 주문을 했다. ‘베키, 그분은 널 도와주실 수 있어. 제발 하나님께 한 번만 기회를 드려보자.’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불행들에 대해서 스스로 ‘쓰레기’라고 결론 내려버린 여성! 이 여성 앞에서 온 몸으로 막아서며 쉐퍼 박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너의 인생은 쓰레기가 아니며, 결단코 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론짓지 말라’는 것이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믿음이란 이해할 수 없고, 해석되지 않는 일들 앞에서 내가 마지막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 그것이다.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전당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고통을 겪었지만, 결코 자기 스스로 고통에 대한 마지막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고 해석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 결론 내릴 자격이 자기에게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 결론을 내릴 자격은 오직 주인이신 하나님밖에 없으며, 그러기에 그 하나님께 그대로 맡긴 채 그들은 마지막 눈을 감았다. 이것이 믿음이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이해되지 않는 일에 대해 내가 결론짓지 않을 때, 그것은 하나님께 ‘기회의 문’을 열어드리는 것이 된다.
고통의 사건들 앞에서 ‘목사님, 저의 죄 때문인가 봐요. 저는 이제 희망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당신은 스스로 마지막 결론을 내릴 자격이 없어요.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하세요. 그리고 하나님께 기회를 드리세요.’ 하나님께 기회를 드린 베키는 어떻게 되었을까? 베키는 라브리에 머물며 완전히 회복되었다. 하나님께 올려드린 기회는 결코 잘못될 일이 없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