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찬희] 더 많은 에디슨이 필요해
입력 2013-08-04 17:26
토머스 에디슨의 이름으로 등록된 미국 특허권은 1093건이다. 에디슨은 1879년 11월 4일 미국 특허청에 백열전구 특허를 신청한다. 이듬해 1월 27일에 특허가 승인된 백열전구는 에디슨을 일약 ‘발명왕’으로 끌어올렸다. 에디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발명된 것에 아이디어를 더해 한 단계 발전시키는 재주가 남달랐다. 그는 발명품을 실용화하는 벤처 기업가이기도 했다.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2차 산업혁명을 대표한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증기의 시대’라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시대’다. 전기는 공장의 동력원과 운송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았다. 에디슨은 전구 개발 회사, 전력 공급 회사, 발전기 생산 회사, 전선 생산 회사 등을 잇달아 세웠다. 이 기업들은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으로 통합되면서 당시 미국의 전기산업을 장악했다.
생산시설을 장악한 자본가에 의해 이뤄지는 대량생산은 자본주의 경제를 떠받치는 뼈대다. 이런 뼈대가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른바 3차 산업혁명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인터넷과 재생에너지가 3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차 산업혁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로컬 모터스는 직원이 12명인 자동차 제조회사다. 이 회사에는 디자인팀이 없다. 연구개발(R&D)도 따로 하지 않는다. 대신 121개국 출신 5000여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 다양한 회원으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이 회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2009년 첫 상용 자동차인 ‘랠리 파이터’(Rally Fighter)를 세상에 내놓았다. 500여명의 디자이너, 엔지니어, 자동차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협업한 결과물은 18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공유, 공개, 협업이라는 새로운 산업 가치관이 탄생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아이디어와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팹랩(Fab Lab·제품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메이커스’라는 책을 펴낸 크리스 앤더슨은 “인터넷의 미덕은 발명도구뿐 아니라 생산도구도 민주화했다는 점”이라고 예찬했다.
산업 성장력이 눈에 띄게 정체하고 있는 우리 경제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수많은 에디슨을 길러내야 한다. 발명가인 동시에 기업가이고, 제조업자인 에디슨 말이다.
김찬희 차장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