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 찾아 삼만리… 유통업계가 뛴다
입력 2013-08-04 19:09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에 다른 백화점에는 없는 새로운 조직이 생겼다. 직원 3명으로 꾸려진 이 팀의 이름은 ‘특산물 담당’.
팀원들은 파주 이천 등 경기도는 물론 전남 완도, 강원도 속초 등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 나섰다. 8개월 동안 출장거리는 약 5만1000㎞. 하루 평균 300㎞에 달하는 거리다.
첫 결실은 대전의 명물 빵집인 ‘성심당’이었다. 지난 1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7일 동안 ‘성심당’ 초대전을 열었다. ‘성심당’ 제품이 대전 외의 다른 곳에서 선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3월 CJ푸드빌 직원들은 전남 해남의 한 농가를 찾았다. 이 지역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단호박의 일종인 ‘밤호박’ 재배를 시작한 곳이다. 해남 농가는 공중 재배법을 선택해 호박을 키웠다. 땅에 닿는 부분이 없어 호박이 햇볕을 고루 받을 수 있고, 토양의 습기와 병충해로부터 안전하다. 4개월 후 밤호박으로 만든 타르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통업체 직원들이 천릿길을 마다않고 지방으로 달려가고 있다. 경쟁력 있는 농산물이나 지역 특산물, 유명 향토음식점을 찾는 것이 ‘미션’이다. 불황에 지친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작은 사치’(비싼 제품을 살 수 없는 소비자가 양질의 제품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현상)를 겨냥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일반적인 지역 특산물 행사를 지양하고, 진정한 지역 명소·문화를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특산물 담당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중이라고 4일 밝혔다.
평소에는 1∼2시간을 기다려야 제품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지역 명물이 타깃이다.
이 팀은 ‘성심당’에 이어 대한민국 1호 빵집인 전북 군산 ‘이성당’을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였다. 강원도 속초의 대표 명물인 ‘만석 닭강정 초대전’도 9일간 진행했다. 최근에는 노원점에서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의 명물 ‘승기 씨앗호떡’ 행사를 열었다. 7번 국도에 인접한 지방도시들의 특산물과 연계한 ‘7번국도 미각상품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 명물을 끌어들인 효과는 예상외로 컸다. 특산물 행사를 유치하면서 식품매장 매출이 15∼20% 동반상승했다. 특산물 행사기간동안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면서 백화점 전체매출이 9∼15%까지 오르기도 했다.
CJ푸드빌은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품 개발과 연계했다. 프로그램 제작진과 사전 협의를 해 공동마케팅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호박과 고구마를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드는 미션에서 우승한 ‘호박 타르트’, 준우승한 ‘순호박크림치즈케이크’는 닷새 뒤에 뚜레쥬르에서 신제품으로 출시됐다.
CJ푸드빌은 프로그램 제작 전에 모든 국내산 호박을 한 곳에 모아 직접 만들어 맛을 보는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지난 4월부터 단호박 산지를 돌아다니며 미리 물량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농가, 음식점 등과 대형 유통·식품업체가 손을 잡는 시스템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도시와 농촌, 대형업체와 지역 중소업체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