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일 배운 직원들 대기업·공기업으로 빠져나가”
입력 2013-08-04 17:25 수정 2013-08-04 17:49
‘히든챔피언式 교육’ 김태용 컴윈스 부사장
컴윈스 김태용(42) 부사장은 2세 경영인이다. 1976년 창업해 직원 150명의 프레스 금형·제관 전문 업체로 성장시킨 아버지의 성과를 뛰어넘어 회사를 강소기업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남다르다. 그래서 그가 주목한 게 독일 히든챔피언이다.
김 부사장은 몇 년 전부터 히든챔피언식 근로자 교육체계 도입을 시도했다. 대부분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현실이 직원 교육 여건을 악화시켜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대기업들로부터 단기성과를 요구받고 있어 일이 많은 협력업체들은 오늘 배워 내일 써먹을 만한 기술 위주로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견습생의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마이스터(장인) 육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기술, 관리 등 부문별로 별도의 직원 교육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김 부사장은 “마이스터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직원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더 빨리 떠나는 결과를 낳았다”고 토로했다.
신입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빨리 배우는 직원일수록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아니면 대학이나 군 입대를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김 부사장은 아쉽지만 근로자들의 처지 역시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집을 사는 비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게 되자, 근로자들이 당장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옮기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 교육에 대한 그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 체험해 보고 읽히는 과정, 즉 오감을 통해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이론만 배우다 취업해서 장비를 처음 대하는 우리나라의 직업 교육은 제대로 된 직업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김 부사장은 위기의식이 더 커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갈수록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는 데다 고품질에 대한 수요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직원 재교육 등 관리 비용이 더 필요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그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히든챔피언 연수단에 참여한 것도 새로운 아이템, 시스템, 인력운영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의 고민은 진행 중이다. 다만 한국의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번 연수를 통해 더 절감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제조업이 더 이상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는 중소기업에 지원 자금을 주는 것보다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직 인력이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처럼 견습제도 후 받는 자격증이 사회 전반에서 통용되는 것도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는 소망도 밝혔다.
뮌헨= 글·사진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