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재판’ 김원홍 입이 변수… 최태원 회장 ‘짐’ 덜까
입력 2013-08-02 18:20 수정 2013-08-02 21:33
SK그룹 최태원(53) 회장 횡령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원홍(52·전 SK해운 고문)씨가 대만에서 체포되면서 항소심 재판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는 국내로 송환된 뒤 ‘증인’으로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의 증언에 따라 최 회장 형량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관건은 재판부가 김씨의 증언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다.
◇김원홍의 ‘입’=김씨가 “펀드 출자금 451억원은 내가 몰래 빼낸 것”이라고 증언한다면, 최 회장 측 주장이 힘을 받게 된다. SK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펀드자금 조성엔 관여했지만 송금 여부는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항소심 법정에선 김씨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이번 횡령 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SK 측은 김씨가 이런 입장을 유지한다면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눈치다.
반면 김씨가 최 회장에게 불리하게 증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김씨와 최 회장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많다. 최 회장은 지난달 26일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2005년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개인 재산 6000억원을 김씨에게 맡겼는데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김씨를 고소하면서 둘은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씨가 이에 불만을 품고 입장을 번복할 수도 있다.
◇관건은 재판부 의중=김씨 증언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결국 재판부에 달려 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재판 도중 수차례 김씨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씨가 증언대에 선다 해도 재판부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다.
김씨의 체포 배경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애초 그를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불러올 수 없었다. 최 부회장은 “한 달에 한두 번 김씨를 만난다”면서도 그를 법정에 불러내지 못했다. 재판부는 그런 김씨가 항소심 선고를 불과 9일 앞두고 ‘이민법 위반’이란 형식으로 체포된 배경에 의심을 가질 수 있다. 더구나 그가 체포 직후 한국에서 온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미리 대비한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 측은 ‘김씨 증언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최 회장의 혐의 입증이 끝났다는 것이다. 김씨 없이 진행된 1심에서도 재판부는 ‘비정상적 펀드조성 과정’을 근거로 최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000억원대 펀드 출자가 내부 검토나 협상도 없이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진행됐으며 이는 최 회장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김원홍의 도피 생활=김씨는 2011년 초 SK그룹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출국했다. 지난해 대만 타이베이에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안루(安路) 무역공사’를 세우고 도피생활을 해왔다. 회사는 무역거래 실적이 없어 김씨가 합법적 대만 체류를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내 김씨 재산은 5만 대만달러(190여만원)가 전부였다. 그가 타던 BMW 승용차는 안루 무역공사 직원 명의였다. 김씨는 대만 체류 중 수차례 중국을 왕래했으나 올 4월 이후 출입국 기록은 없다. 외교부는 지난해 3월 검찰 요청에 따라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인터폴에 수배됐고, 10개월 만에 체포됐다. 법무부는 대만 당국과 김씨의 강제추방 절차를 논의 중이다.
정현수 맹경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