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코스 112개… 악명 높은 ‘항아리 벙커’ 승부 변수

입력 2013-08-02 18:03

골프장의 벙커는 옛날 양치기들이 강풍을 피하기 위해 팠던 구덩이에서 유래한다. 1일(한국시간)부터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의 개최지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는 ‘골프의 발상지’라 불리는 만큼 초기 골프장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핵심이 바로 ‘항아리 벙커’다.

올드코스의 벙커는 깊고 깎아지른 듯한 벽면의 모양이 마치 항아리를 찍었다 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무려 112개나 된다. 1978년 남자대회인 브리티시오픈 당시 일본의 우승 후보 토미 나카지마는 17번홀 그린 옆의 벙커에 공을 빠뜨린 뒤 네 차례 만에 벙커를 빠져나온 적이 있다. 파5였던 이 홀에서 그는 9타 만에 홀아웃했고 이후 ‘나카지마 벙커’라는 또 하나의 별명이 붙었다. 최경주도 2005년 이곳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리고 나서 5타를 잃었다.

원래 2∼3m 높이였지만 대회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위해 2m 이하로 높이를 조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탈출이 쉬운 게 아니다. 키보다 높은 벽면 위로 탈출하려면 모험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그래서 한 타를 먹더라도 뒤쪽이나 옆으로 우선 빼내는 쪽을 선택한다.

대회를 앞두고 “벙커보다는 러프가 낫다”던 박인비(25·KB금융그룹)도 1라운드 16번홀에서 처음 벙커에 빠트리고 더블보기를 범했다. 박인비는 높은 턱 때문에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하고 옆으로 빼낸 뒤 세 차례 퍼트를 하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10번홀까지 무려 6타를 줄이며 단독선두에 나섰던 박인비는 13번홀 첫 보기에 이어 16번홀 더블보기, 가장 어렵다던 17번홀 보기로 첫날 3언더파 69타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18번홀 버디가 그나마 위안이 됐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미야자토 아이(일본), 펑산산(중국), 서희경(27·하이트진로),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등과 함께 공동 18위로 1라운드를 마친 박인비는 선두에 3타 뒤졌다. 모건 프레슬(미국)과 카밀라 렌나르트(스웨덴)가 나란히 6언더파 66타로 공동 선두로 나섰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최나연(26·SK텔레콤)과 전미정(31·진로재팬), 지은희(27·한화)가 5언더파 67타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과 함께 공동 3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