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찍고 오는 여행은 이제 그만… 토박이가 안내하는 ‘SNS 여행’ 뜬다

입력 2013-08-02 17:57


경기도 과천에 사는 여행 마니아 손민지(25·여)씨는 지난달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이색여행을 찾아 이미 15개국을 누볐던 그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서울 ‘서촌(西村)’. 그것도 가이드와 함께였다.

손씨는 “우연히 통인시장에 들렀다가 서촌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 가까운 곳이지만 ‘여행’을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궁금증을 풀어준 여행사는 ‘마이리얼트립(My Real Trip)’이란 곳이다. 여행지를 속속들이 아는 주민과 여행자를 연결해준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여행과 달리 낯선 이들이 친구처럼 만나 자유롭게 다니도록 주선하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 여행사’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색다른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이런 ‘소셜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인이 만드는 진짜 여행’을 모토로 지난해 7월 문을 연 마이리얼트립은 지금까지 4600여명을 국내외 여행지 주민들과 연결해줬다. 이동건(27) 대표는 “지난달 주당 여행 신청이 100건을 돌파했고 연말이면 월 600건에 이를 전망”이라며 “여행의 주제와 장소도 아주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 웹사이트에는 국내와 미주, 유럽, 아시아 각지의 주민들이 직접 여행의 주제·방식·일정 등을 고안해 올려놓는다. 해외는 주로 한인 교포나 장기 유학생들이다. ‘한적한 불가리아 시골에서 보내는 힐링 여행’ ‘골고루 맛보는 바르셀로나 타파스 투어’ ‘명품 쇼핑 드라이브 투어 밀라노’ 등의 수백 가지 제안이 비용과 함께 게재돼 있다. 여행자는 이 중 마음에 드는 제안자와 연락해 안내를 받아가며 함께 그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다.

손씨는 “현지에 기반을 두고 오래 생활한 이들이 직접 감춰진 이야기들을 설명해주며 함께 다니는 여행이어서 현지인의 눈으로 그 지역을 바라볼 기회가 된다”며 “관광객이 몰리는 식당 대신 진짜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4년째 살고 있는 허미리(27·여·사진작가)씨는 올 초부터 이 사이트에 ‘마이리얼비엔나’란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활동 중이다. 그는 “연락해오는 여행자들과 사전에 많은 얘기를 나누며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때그때 맞춤형으로 일정을 짠다”고 했다.

패키지여행팀과 달리 단출하게 다니다 보니 여행자와 안내자 사이에 인간적 유대도 쌓인다. 허씨는 “왈츠를 배우러 오신 어머니뻘 여행자도 있었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젊은이와 카페 투어도 했다. 대부분 여행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함께 여행한 이들과 계속 연락하기 위해 아예 인터넷 카페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