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마지막 개성공단 대화” 제의 닷새째… 北 “묵묵부답”
입력 2013-08-02 17:55
남북이 개성공단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공단이 완전 폐쇄될 경우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통일부는 우리 측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북측이 2일까지 닷새째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지난 주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제의하면서 북측이 호응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주 초까지 통일부 안팎에선 북측이 회담에 응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쯤 정부가 직접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30일 “북한의 답변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으며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1일부터 “좀 더 기다려보자”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마중물’이자 양측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인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폐쇄를 언급할 경우 그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입주기업 반발과 정치권 관심도 더욱 높아져 섣불리 폐쇄 ‘카드’를 꺼내기가 어렵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공단 폐쇄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통일부 관계자가 전날 입주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공단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속히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개성공단 정책을 총괄하는 류 장관도 다음 주 휴가를 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는 19일부터 2주간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이 시작되면 사실상 남북대화가 불가능해지는 경색국면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UFG이 시작되기 전 정부가 공단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여러 안을 놓고 다음 주 좀 더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북측도 이례적으로 판문점 대화 채널은 끊지 않으면서도 연일 침묵을 지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측이 마지막 회담이라고 밝혔고, 구체적인 의제를 못 박은 만큼 중국 등 대외관계와 대남 전략을 놓고 신중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입주기업 110개사가 신청한 경협보험금(2723억원 규모)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가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고, 5일까지 서면으로 심의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 경협보험금이 입주기업에 지급될 전망이다. 또 입주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애로상담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