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청와대가 ‘대통령 휴가지’ 공개 안한 진짜 이유는?

입력 2013-08-03 04:37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저도(?島)로 휴가 길에 오르기 전 청와대는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국민의 관심이 박 대통령 첫 휴가에 쏠린 마당에 휴가지조차 공개하지 않는 게 맞느냐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매일 국정을 돌보느라 숨 돌릴 틈 없었던 대통령이 오랜만에 잠깐의 여유를 갖는데 그 모습을 언론에 보여줄 필요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결론은 비공개였다.

그러자 이번엔 언론들이 역정을 냈다. 기자들의 상주공간인 춘추관에선 “역대 청와대는 대통령 휴가 장소를 콕 집어 알려주진 않았지만 어딘지 짐작은 하게 해줬다. 새 정부는 왜 그리 융통성이 없느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휴가지를 공개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도가 결코 ‘안전’하지 못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애용했던 저도는 한때 ‘청해대(靑海臺)’로 불리던 대통령 전용별장이었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정부가 이를 거제시에 환원하면서 이 일대는 일반시민도 이용하는 휴양시설이 됐다. 레저 붐으로 호텔과 요트시설, 유흥업소 등이 자리를 잡았고, 2010년 부산과 거제를 잇는 가거대교가 개통되면서 경관이 빼어난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인파가 몰려들었다.

박 대통령은 저도를 꼭 다시 한번 찾고 싶어 했다. 아버지를 따라 함께 휴가를 보냈던 ‘추억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 기자에게 “박 대통령이 다른 역대 대통령들처럼 군 휴양지 같은 안전한 시설에서 휴가를 보냈다면 왜 우리가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겠느냐”고 그간의 사정을 토로했다. 대통령의 저도행(行)이 보도되면 인파가 더 모여들었을 테고 그러다 보면 경호상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30일 오후 청와대로 올라오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가 사진을 몇 장 올렸다. 이 관계자는 “경호 대상자가 스스로 엠바고(일정시점까지 보도금지)를 해제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휴가를 국민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