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한국’ 국민은 불안하다] 불안한 한국 여성들 ‘안심 서비스’에 의존

입력 2013-08-03 06:01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성폭행 등 각종 범죄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보디가드 서비스’에 의존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어두운 밤길을 홀로 걸을 때, 낯선 이가 초인종을 누를 때 등 하루에도 여러 번씩 불안해지는 여성들을 위해 각종 ‘안심’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유미(27·여)씨는 최근 젊은 여성의 실종 사건 뉴스를 보며 불안감이 커졌다. 고향의 가족들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살며 직장에 다니는 박씨는 귀갓길에 비어 있는 집의 문을 여는 순간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혹시 빈집에 강도가 들어와 있는 건 아닌지 가슴을 졸이며 문을 열곤 했다. 밤중에는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그러다 최근 서울시의 ‘여성 홈 방범 서비스’를 신청했다.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센서를 설치해 집을 비우거나 집에 홀로 머물 때 외부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보안 업체에 알려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한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신청자가 1500명을 넘어선 상태다.

택배기사를 사칭해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무인택배보관함도 등장했다. 택배업체가 주민센터,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설치된 보관함에 물건을 맡겨놓으면 이용자들은 택배기사와 직접 만나지 않고도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 혼자 사는 여성이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경광봉을 들고 동행해주는 서울시의 ‘밤길 귀가 서비스’도 인기다. 일주일에 평균 4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 보안업체는 지난달 홀로 사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가스 누출이나 화재를 감지하는 ‘홈 블랙박스’를 출시했다. 이 블랙박스에 촬영된 영상은 인터넷 계정으로 연동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여성 고객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배달 실명제’와 ‘안심번호 서비스’를 운영하는 택배업체도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성범죄 등 흉악범죄의 위험이 큰 데다 여전히 혼자 사는 여성들을 만만하게 보는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있어 독신 여성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성들이 ‘안심 서비스’에 의존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