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유족회-재향경우회, 65년 갈등 접고 ‘화해·상생’ 손잡았다
입력 2013-08-02 18:26
지난 65년간 반목 속에 살아오던 제주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가 서로 손을 맞잡았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는 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화해와 상생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념을 버리고 조건 없는 화해와 상생으로 지난 세월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단체는 또 반목의 역사를 반성하며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대화하겠다고 다짐하며 결의문을 함께 낭독했다.
두 단체는 지난 5월 4·3유족회 제주시지부회와 서귀포시지부회 창립기념행사에 경우회 회원들이 참석한 데 이어 6월 6일 제58회 현충일 추념식에 4·3 유족들이 충혼묘지에 참석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우리는 모두가 다 같은 피해자’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 경우회는 내년부터 4·3 위령제에 참석해 4·3 희생 영령의 명복을 함께 빌겠다고 밝혔다.
현창하 도 경우회장은 “4·3 발발 65년이 지났는데 더 이상 반목과 대립의 적대감정을 갖고 지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4·3은 시대가 낳은 비극의 수난이자 제주도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서로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말했다. 정문현 4·3유족회장은 “서로 이해하고 도우면서 우리 두 단체가 본보기가 되면 다른 단체들도 화해와 상생 분위기에 동참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과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원수처럼 지내던 전직 경찰들과 유족들이 마주하고 손을 잡은 것은 4·3문제 해결에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환영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