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개혁 물건너가나… 허위사실 유포 사이트 무더기 폐쇄
입력 2013-08-02 17:11
중국공산당이 올가을 18기 3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서구식 정치개혁은 혼란만 초래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대적인 사회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당국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 대해 ‘유언비어 없는 사이트’를 공동 발족시키도록 하는가 하면 허위 사실을 퍼뜨린 인터넷 사이트를 무더기로 폐쇄했다.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민주주의는 중국을 소련처럼 약한 국가로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올가을 18기 3중전회에서 과감한 정치개혁 카드를 꺼내들기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랑(新浪)웨이보, 써우거우(搜狗), 첸룽(千龍), 왕이(網易) 등 6대 사이트는 베이징 지역 인터넷사이트연합 명의로 유언비어 없는 사이트를 1일 정식 개통했다. 이는 베이징시 인터넷정보판공실의 지도에 따른 것이라고 신경보(新京報)가 전했다.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이러한 사이트를 운영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유언비어 폭로 코너’와 ‘낚시걸이 사이트 폭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인터넷정보판공실은 또 뉴스 취재와 보도에 있어서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 5월 초순부터 지금까지 인민지성망(人民之聲網), 인민구물망(人民購物網), 미산신문망(微山新聞網) 등 107개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들 매체는 뉴스 매체임을 앞세워 기사를 내보내고 광고영업을 했으나 가짜 뉴스를 다량 제공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것이다.
특히 관영 신화통신은 1일 “중국에서 만약 혼란이 발생하면 소련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 베이다이허 회의와 18기 3중전회를 앞두고 눈길을 끌었다. 이 논평은 “현재 인터넷에서는 서구 자본주의적 헌정 모델을 찬양하면서 중국이 곧 망할 것처럼 헛소문을 퍼뜨리는 무리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인이 스스로 선택한 사회주의는 최선은 아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강하고 중국의 필요에도 잘 들어맞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관측통들은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의 군중 노선 캠페인을 벌이는 등 최근 정치 개혁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모습은 18기 3중전회에서 개혁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고 지도부와 당 원로들이 매년 여름 열어온 베이다이허 회의가 곧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명보(明報)는 2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원로들이 이곳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