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닮은꼴’ 배우 박용식씨 유비저균 감염 사망… 국내 첫 사례
입력 2013-08-02 17:02 수정 2013-08-02 21:46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닮은 것으로 유명한 배우 박용식씨가 2일 오전 유비저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유행하는 유비저균으로 국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박씨는 지난 봄 유비저 유행지역인 캄보디아를 한 달간 여행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사망자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유비저균이 2010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뒤 첫 사망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이 환자가 탤런트 박용식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은 지난 5월 캄보디아에서 이장호 감독의 영화 ‘시선’을 촬영하고 귀국 후 전신 무력감과 발열, 배뇨 곤란 등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 경희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패혈증 증세가 악화돼 결국 숨을 거뒀다.
열대 및 아열대 지역 흙이나 물에 퍼진 유비저균은 호흡이나 상처가 난 피부 등을 통해 옮는다. 주 유행지는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이다. 사람 간 전염은 극히 드문 것을 알려졌다. 잠복기는 수일에서 수년까지 다양하다. 발병하면 농양(고름집)이 생기며 많은 경우 중증 폐렴과 패혈증을 동반한다. 치사율은 40%로 높고, 아직까지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총 3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됐으며 전원 해외에서 감염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동남아와 호주 북부를 여행할 때는 흙을 만지거나 고인 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1967년 TBC 공채탤런트 4기로 데뷔한 박씨는 신군부가 집권했던 80년대 5공 시절, 전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10여년간이나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90년대 MBC 드라마 ‘제3공화국’ ‘제4공화국’에 전두환 역할로 출연했고, 영화 ‘투사부일체’ ‘다세포소녀’ 등에선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지난 6월 MBC 주말 드라마에도 특별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슬하에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6일 오전 7시30분.
이영미 김미나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