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 신뢰받지 못하면 사회 바로 설수없다
입력 2013-08-02 18:01 수정 2013-08-02 21:36
일주일 간격으로 전직 국세청장과 차장이 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거나 구속을 앞두고 있다. 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은 CJ그룹에서 수백만원대의 골프와 술 접대를 받은 비위가 드러나자 사퇴했다. 말단 직원부터 최고위층까지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를 봐주고 있으니 국세를 책임진 기관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검찰조사에서 “취임 초 축하인사 명목으로 받았으며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세상에 어떤 자리가 축하인사로 30만 달러와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를 받아도 된단 말인가. 게다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어떤 기업이 아무 대가 없이 거금을 건넸겠는가. 뇌물수수 혐의를 빠져나가려는 술수로 보이지만 군색한 변명일 뿐이다.
국세청은 2006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주식 이동과정을 조사해 3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파악하고도 세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았다. 2008년 세무조사에서 세금포탈 사실이 드러나 1700억원을 자진납부토록 하면서 형사고발하라는 검찰 요청을 묵살한 것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CJ그룹과 국세청 간의 광범위한 커넥션을 한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
국세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세무조사 한방에 기업의 존폐가 좌우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현직 공무원들을 골프와 뇌물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고, 퇴임 후에는 사외이사로 모셔가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등 검은 유착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국세청의 자정노력은 한계가 있다. 상명하복 문화 때문에 비위가 있어도 내부 고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스템적으로 비리를 끊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국세청의 권한 남용을 감시할 중립적인 외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세무조사 선정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무조사 선정 단계에 민간인을 참여시키는 것도 활성화해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과 책임과 권한을 규제할 국세청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