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일본군위안부 소녀상
입력 2013-08-02 18:03
“언어도단이며, 불쾌한 말이다.”(5월 16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
“지방관료가 이상하고, 불쾌하고, 비난받을 발언을 한다고 해서 일일이 대꾸할 수는 없다.”(5월 28일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
미국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의 대변인과 부대변인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힘든 거친 표현이다. 하시모토 도루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 겸 오사카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당시 일본주둔 미군은 풍속업(매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거나, 미국은 일본을 점령하고 있을 때 일본인 여성을 활용했다 등의 망언을 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가 몹시 불편한 심사(心思)를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이 파문으로 그는 미국 방문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를 환대할 미국 측 인사를 찾을 수 없었다. 오사카의 한 시민단체가 그의 미국 출장비 집행을 막는 청원을 내는 등 일본 내에서도 비판받으며 소위 ‘왕따’ 신세가 됐다.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21일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그는 일본군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요즘도 “군위안부는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참다못한 중국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난 31일 변호사 출신인 하시모토를 징계해달라는 요구서를 오사카변호사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30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정부가 지정한 ‘일본군위안부의 날’이다. 바로 그날 글렌데일 센트럴파크에서는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소녀상과 똑같은 소녀상이 해외에 처음 세워진 것이다. 글렌데일 시정부와 의회 그리고 한인동포로 구성된 시민단체들이 합심한 결과다. 일본 외교당국과 일본계 주민들은 반대했으나,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큰 흐름에 묻혀버렸다.
와타나베 미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사무국장은 일본군위안부가 성노예였다는 점을 일본정부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정권은 반성은커녕 걸핏하면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세계 곳곳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지고, 세계 각국의 많은 도시들이 ‘일본군위안부의 날’을 지정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