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은하수 내비게이션

입력 2013-08-02 18:10


쇠똥구리는 직접 빚은 조그만 쇠똥 안에 알을 낳아 유충들을 키운다. 그런데 쇠똥을 빚는 것은 암컷이 아니라 수컷들이다. 수컷들은 예쁘게 빚은 쇠똥구슬로 암컷의 환심을 사야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다. 수컷이 암컷을 사로잡는 비결은 얼마나 빨리 쇠똥구슬을 굴려 암컷에게 빨리 선물하느냐에 달려 있다. 때문에 수컷 쇠똥구리들은 캄캄한 밤에도 똑바른 직선 경로로 쇠똥을 굴리는 재주를 선보인다. 내비게이션도 없는 쇠똥구리가 그처럼 정확히 길을 찾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스웨덴 연구진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야생 쇠똥구리가 내비게이션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로 줄무늬 모양의 빛을 내뿜는 은하수였다. 달이 없는 밤에도 길을 잘 찾는 쇠똥구리들이 실험실로 마련된 천체투영관에서 은하수 없이 몇 개의 별만을 투영하자 직선경로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대신 은하수 하나만을 투영하자 쇠똥구리들은 정확히 길을 찾았다. 곤충이 별빛을 나침반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카리브해와 멕시코만 근해에 서식하는 바다가재도 길 찾기 선수 중의 하나다. 밤에 먹이를 찾아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 후 해가 뜨기 전에 정확히 산호초 틈의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밖에도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서식지와 번식지를 오가는 철새들을 비롯해 많은 동물들이 길을 찾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기장을 비롯해 태양이나 별빛, 지형의 특징, 냄새, 유전자에 입력된 프로그램 등등 다양하다. 한 가지 장치가 고장 날 경우 다른 항법장치를 이용해 방향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이 분야의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도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 증거는 없지만 인간도 무의식적으로 자기장을 감지해 공간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현대인에게서 이런 능력이 사라진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전자기장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설문조사 결과 운전 시 내비게이션에 70% 이상 의존한다고 답한 사람이 52%였다. 필자의 경우 초행길에서 이정표 대신 내비게이션의 판단에 따랐다가 되돌아 나온 경험이 몇 번 있다. 틀림없이 내비게이션도 현대인들의 길 찾기 능력을 상쇄하는 데 한몫 하고 있을 게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