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매트릭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통계는 숫자일 뿐… 맹신은 위험하다”
입력 2013-08-03 04:09
야구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사진) 감독은 72세로 팔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라운드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 2군들과 번외 경기를 펼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야구철학은 일구이무(一球二無)이다. ‘공 하나에 두 번째는 없고, 한번 던진 공을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영화 ‘머니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김성근 감독이 연상된다.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기는 기술’이 알고 싶다면 김 감독의 야구를 연구하면 된다.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김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한다”고 단언한다. 상대 전력을 파악하고 팀 선수들의 능력과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감안하여 적재적소에 선수를 내세움으로써 선수들에게 가장 완벽한 역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에도 당연히 책임은 감독이 짊어진다는 논리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해놓지 말라는 원칙이다. 하루에 펑고(fungo·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1000개를 받았다면 내일은 1500개도 할 수 있고, 그 다음 날은 2000개도 받을 수 있는데 선수들이 힘든 내색을 한다고 봐준다면 그 감독은 선수의 앞길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상식의 틀을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과감히 상식에서 탈피하면 선수의 잠재력을 볼 수 있고, 또 그 선수가 스스로 본인의 잠재 능력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김성근 야구는 작전이 많다’고 회자된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 본인은 “사인을 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알아서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선행 주자가 한 발을 더 갈 수 있도록 스스로 발전하는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선수 개인의 역량을 파악하고 선수를 기용하고, 선수들이 본인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 팀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리더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 감독은 또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연 그럴까. 그는 ‘벌써’와 ‘아직’의 미묘한 차이를 잘 알고 있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두산에 2연패를 당했을 때 언론에서는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한 팀 우승 확률 100%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두산의 우승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피식 웃었다. ‘아직’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벌써 2패를 당한 것이 아니고 아직 2패밖에 안했다는 역발상이었다. 김 감독은 ‘통계는 숫자일 뿐 맹신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강조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