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노래가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 목사는 2010년부터 매년 미국 동서부, 남미 등을 투어했다. 그런데 처음 들어보는 지역에 위치한 작은 시골 교회도 많았다.
“그전에 큰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면 대형 교회나 큰 조직을 만나고 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작은 교회에 가니까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5∼6시간 동안 공항까지 나를 태워주는 운전사의 기막힌 인생 이야기도 듣고요. 내 손을 덥석 잡으면서 목사님 노래 듣고 자살하려다가 다시 살았다고 하는 사람도 만나고….”
한번은 경기도 안성의 한 목회자가 공연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목사는 몇 번이나 “저희 교회는 정말 작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방문하면 꼭 들려줄 얘기가 있다고 했다. 실제 상가 1층에 위치한 교회는 30㎡도 안 됐다고 한다. 이 목사는 “제가 백혈병을 앓았어요. 치료받을 때 병원 무균실에 들어가야 했는데 밖에서 3가지만 들고 가게 허락했어요. 성경, CD플레이어, 한 목사님 음반이었어요. 목사님 노래로 제가 위로 받고 희망을 가졌어요”라고 이야기했다.
한 목사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난관에 부딪혔다.
“막상 위로에 대한 노래를 쓰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어요. 정말 많은 단어들을 노트에 적었다 지웠습니다. 어느 날 노트 위에 가장 익숙한 단어, 예수를 적어 넣었더니 노트가 오히려 꽉 차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국 ‘위로는 예수’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이 앨범 곡들이 연이어 만들어졌어요. 일상 속에서 위로를 찾으니 쉽더라고요.”
한 목사의 새 노래 11곡 중에는 일상에 대한 묵상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예수에 대한 노래가 많다. ‘두 마음’은 이기심과 이타심에 대한 노랫말이 담겨 있다. ‘나의 예배’는 일상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예배하는 마음을 갖는 한 목사의 고백이다. ‘모두 다 그렇게’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변과 일상에 있다고 한다. 딸 은서(10)에게 주는 노래 ‘딸에게’도 수록됐다.
새 앨범의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냐는 물음에 한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노래는 없어요. 더 중요하고 더 의미 있는 노래는 없어요. 거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제 노래는 제 인생의 조각이에요. 모든 노래에 사연이 있고 노래 저마다 자라난 이유가 있어요. 그 질문은 저한테 부모에게 여러 자식 중 누가 예쁘냐고 묻는 거랑 같아요.”
에세이집에도 비슷한 생각이 담겨 있다. 한 목사는 위로는 남이 줄 수 있는 것이고, 치유는 오직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것(138쪽), 내가 다녀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내가 사는 이곳, 바로 이곳이라고요. 사랑하는 내 딸 그리고 아내가 있는 곳(130쪽)이라고 했다.
그는 새 앨범 발표를 기념해 오는 17∼18일 오후 7시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한 목사는 2005년까지 목회를 했다. 1995년 듀엣 ‘꿈이 있는 자유’ 멤버로 첫 앨범을 낸 후 7집까지 냈고 2009년 첫 솔로 앨범을 냈다. 그가 작사 작곡한 ‘소원’은 가수 이승철이 최근 새 앨범 마이 러브에 삽입해 화제가 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