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물탱크 사고 보고받은 이건희 회장 격노… 박기석 사장 전격 경질
입력 2013-08-01 22:04 수정 2013-08-02 01:50
삼성이 15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삼성정밀화학 부지 내 물탱크 사고의 책임을 물어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도 내놨다.
삼성그룹은 1일 박 사장을 경질하고 후임 대표이사에 박중흠 운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시로 서둘러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고 직후 일본에서 보고를 받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후진적인 환경안전사고는 근절해야 한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최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물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CEO들에게도 안전 관련 시설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전문인력 확충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최우선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또 이번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책임 있는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과 5월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두 차례 불산 누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뒤이어 삼성정밀화학 부지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이던 물탱크가 터지는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등 불미스러운 사고가 끊이지 않자 재발을 막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이날 “사고 발생 후 자체 원인조사를 통해 물탱크가 터진 하단부에 고강력 볼트가 아닌 일반 볼트가 사용된 점을 확인하고 이를 지난달 30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우선 국내외 관련 법규와 글로벌 기준을 분석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 스탠더드를 오는 10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안전 분야의 인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경력사원 150명 채용을 연내 완료하고 앞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안전 점검과 정책 연구 중심이던 ‘삼성안전환경연구소’는 그룹 내 환경안전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확대된다. 임직원과 최고경영진의 안전우선 경영의식을 확립하고 협력사 안전환경 관리수준도 향상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