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케빈 케너, 평창에 클래식을 수놓다… 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 하이라이트

입력 2013-08-01 19:28


31일 오후 7시30분, 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인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이 음악제의 예술감독인 정경화와 미국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무대에 등장했다. 예순 다섯 살의 정경화. 공기를 베어버릴 듯한 예리함과 관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줬던 전성기 시절과 똑같을 수는 없었다.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활을 놓기도 했다. 대신 기적처럼 다시 무대에 선 이후, 연주에선 여유와 너그러움이 묻어났다.

그는 이날 열정적인 연주 이외에 ‘귀여운’ 무대 매너로 눈길을 끌었다. 관객의 기침 소리에 얼굴을 장난스럽게 찡그리거나 미소를 지었고, 앙코르를 요청하는 박수에 “박수치는 것도 힘드니까 빨리 하겠다”며 바이올린을 잡았다. 두 번의 앙코르가 끝난 후에는 손으로 밥 먹는 시늉을 하며 이제 끝났으니 가자는 뜻을 전해 객석에 웃음이 터졌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은 11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앞서 오후 5시에는 이번 음악제의 하이라이트 공연 중 하나인 ‘오마주 투 바흐’가 펼쳐졌다.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세계적인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미국), 다비드 게링가스(리투아니아), 지안 왕(중국)이 차례로 나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 5, 6번을 각각 들려줬다. 호프만의 연주가 웅장하고 묵직했다면, 지안 왕의 첼로는 바이올린을 연상시키는 날카롭고 화려한 음색. 게링가스의 연주 때는 첼로 선율과 함께 그의 다소 거친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만큼 객석의 몰입도가 높았다. 세 연주가의 각기 다른 바흐 해석이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일부러 대관령까지 연주회를 보려고 나선 관객들이어선지 분위기도 서울 예술의전당과는 다소 달랐다. 실수로 켜놓은 휴대전화 벨소리가 전혀 없었고, 악장 사이에 박수도 없었다. 공연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달려오는 사람도 없었다.

공연장을 찾은 박상준(59·서울 대치동)씨는 “올해로 3년째 대관령음악제를 찾았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수준 높은 연주를 여유 있게 들을 수 있어 가능하면 이 시기에 여름휴가를 겸해서 온다. 드레스 코드 없이 편하게 입고 공연장과 숙소를 오갈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10회째를 맞는 대관령국제음악제는 험준한 산맥 가운데 펼쳐진 초록빛 고지 대관령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축제다. 2018년 동계올림픽 주 무대이기도 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내 알펜시아홀과 뮤직 텐트에서 주요 공연이 열린다. 음악제는 5일까지 계속된다. 특히 3일에는 주목받는 젊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다솔, 핀란드 출신 지휘자 사샤 마킬라가 이끄는 실내악단 ‘생 미셸 스트링스’ 등이 무대에 선다. 4일에도 지안 왕 등 수준급 연주자의 공연이 이어진다. 티켓은 4만∼7만원.

평창=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